스토리 3222

착각입니다​.......................... 임은숙

​ ​ 빗물의 간절한 사연 알지도 못하면서 바람의 마지막 행선지 어딘지도 모르면서 등 돌리는 이의 지독한 아픔도 모르면서 빗물은 슬프다 바람은 자유롭다 이별은 차갑다 멋대로 단정 짓는 이들 ​ 때로는 빗물도 다정한 속삭임입니다 차마 멈출 수 없는 바람의 안타까운 몸부림입니다 이별 뒤에 남는 건 가장 뜨거운 기억입니다

스토리 2021.12.14

멀리 있는 사람이 가슴으로 더욱 가깝다 ...이용채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 멀리 두고 지켜보아야 하는 내 사랑하는 사람. 그가 아름다운 건 나에게 아름다운 마음을 그가 주었기 때문이요 그는 스스로 아름다움을 꽃으로 가꾸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있어 가슴으로 더욱 가까운 사람. 진실한 아름다움은 마음이 아름다운 사람이기에 더욱 사랑스러운 그 사람. 아름다운 마음으로 본 아름다움은 쉽게 잊을 수 없는 것. 그러기에 아직도 나는 그가 그립다.

스토리 2021.11.16

가을 여자 여은 정연화

인터넷 쇼핑몰에서 꽃무늬 원피스를 하나 샀다 오렌지빛 플랫슈즈도 한 켤레 샀다 평상시에는 눈으로 확인하고 입어보고서야 구입하는 성미인데 무슨 변화일까? 그리고는 원피스를 입고 대형 거울 앞에 서서 이리저리 자신을 비춰본다 꽃무늬 원피스만 입고 비춰보다가 원피스 위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비춰보고 양가죽 쟈켓을 입고 비춰보고 또 카디건을 입고 비춰보고 그렇게 한바탕 난리 법석을 치르고 나더니 원피스 위에 트렌치코트를 입고 스카프를 두르고 발걸음도 가볍게 외출을 한다 병이다 그녀가 가을이라는 아름다운 병을 앓고 있다 저작자 표시컨텐츠변경비영리 댓글0추천해요1 스크랩0

스토리 2021.10.31

구부러진 길 ...이준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스토리 2021.10.21

사랑한다는 말은 ... 서정주

사랑한다는 말은 기다린다는 말인 줄 알았다 가장 절망적일 때 떠오른 얼굴 그 기다림으로 하여 살아갈 용기를 얻었었다. 기다릴 수 없으면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 줄 알았다. 아무리 멀리 떠나 있어도 마음은 늘 그대 곁에 있는데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살았다. 그대도 세월을 살아가는 한 방황자인걸 내 슬픔 속에서 알았다. 스스로 와 부딪치는 삶의 무게에 그렇게 고통스러워한 줄도 모른 채 나는 그대를 무지개로 그려두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떠나갈 수 있음을 이제야 알았다. 나로 인한 그대 고통들이 아프다. 더 이상 깨어질 아무것도 없을때, 나는 그래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돌아설 수 있었다.

스토리 2021.09.28

친구 ...천양희

좋은 일이 없는 것이 불행한 게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것이 다행한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이나 원망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더러워진 발은 깨끗이 씻을 수 있지만 더러워지면 안 될 것은 정신인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투덜대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자기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기심은 실상의 빛을 가려버리는 거야. 어느 날 친구가 내게 말했습니다. 되는 일이 없다고 세상에 발길질이나 하던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스토리 2021.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