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정재찬 어게인
아빠가 몇 년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은 시(詩) 에세이가 하나 있어.
한양대 정재찬 교수가 쓴 <시를 잊은 그대에게>란 책이었어.
그 책은 정재찬 교수님이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보강한 책이었어.
시와 시인들의 숨겨진 재미있는 이야기들..
그리고 좋은 시를 알려주었고,
아빠의 메마른 감성에 촉촉히 적셔 주는 글들…
감동의 도가니였다고 해도 과장은 아닌 그런 책이었어.
그 책을 읽고 나서 선물할 일이 있거나
누군가 책을 추천해달라고 하면
한동안 이 책을 선물하거나 추천을 해 주었는데
이 책을 이들을 읽은 이들은 모두 너무 좋았다는 회신을 주었단다.
그야말로 시를 잊는 아빠에게 시에 관심을 갖게 해주었던 책이야.
최근에는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드라마도 하더구나.
아빠가 그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지만, 이 책과 연관이 있겠지.
그런 정재찬 교수님의 그 다음 책 <그대를 듣는다>라는 책을 이번에 읽었단다.
한달 가까이 이어지는 무더위 속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에어컨 바람 속에서 책 읽기가 가장 좋은 피서 중 하나가 아닐까 싶구나.
그런 상황에서 읽었단다.
첫 번째 책 <시를 잊은 그대에게>가 너무 좋아서,
두 번째 책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커서 그 기대치까지는 조금 미치지 못했지만,
다시 한번 아빠의 영혼에 촉촉한 비를 내렸단다.
1.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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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사랑이란 두 개의 심장을 가까이 포개는 거다. 두근거리며 안았을 때, 안긴 그의 두근거리는 심장이 느껴질 대 우리의 심장은 더 두근거리게 된다. 둘의 가슴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엄청난 파동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 파동은 13억 광년 떨어진 곳에서 블랙홀 한 쌍이 합쳐져 생겨난 중력파와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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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의 소재는 무한하다는 것이 맞겠지.
그래도 그 중에 가장 많이 다루는 것은 사랑이 아닐까 싶구나.
사랑을 하게 되면 먼저 몸에 변화가 온단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몸의 변화…
그 중에 가슴이 두근두근….
이 책의 시작의 첫 번째 꼭지의 제목은 “두근두근”
사람의 감정을 가장 장 표현한 단어 두근두근…
이 단어만으로 참 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시는구나.
너희들도 앞으로 이제 이런저런 일로 가슴 설레고 두근두근 거리는 일들이 많이 생길 텐데,
그 두근거림이 좋은 추억이 되길 바래.
2. 시, 음악, 영화, 소설
정재찬 교수님의 책은 분명 시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시뿐만 아니라 노래이야기도 있고 영화이야기도 있고, 소설 이야기도 있단다.
그래서 더욱 그의 글이 친근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에서 소개한 노래들을 찾아서 들으면서 책을 읽기도 했어.
생각나는 노래만 적어보아도,
나의 기타 이야기, 서른 즈음에, 사랑한 후에
서울 그곳은, 시인의 마을, 사노라면….
그 밖에도 많은 곡들을 소개해주었어.
소개해준 노래들의 공통점은 가사가 좋은 노래들이었어.
노래 없이 그냥 가사만 적어놓으면 한 편의 시가 되는 그런 노래들이었어.
그 중에 아빠도 좋아하는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
그 노래 가사 중에 그런 말이 있어.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라는 가사…
그 노래를 들을 때는 그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가사인데,
정재찬 교수의 글을 보니,,, 청춘이라는 것이 나빴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나를 떠나갔냐… 청춘아…
그것도 언제 떠나갔는지도 모르게 떠나간 청춘…
떠나간 것은 떠나간 것이고, 이제 현실을 받아들인다는 가사…
정채찬 교수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는 서른에 들어도, 마흔에 들어도,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쉰이 되어도 또 같은 생각이 들겠지?
그런데, 아빠에게서 정말 정춘이 모두 떠나버린 걸까?
어디, 조금은 묻어 있지 않을까?
그래, 노래처럼 인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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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떠나간 사랑을 한탄하는 듯하지만, 청춘의 세월이야말로 내가 잘못해 떠나가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억울함으로 어디선가 볼멘소리가 들릴 법도 한데, 잠시 흥분하는가 싶더니 이내 담담해진다. 그래서 더 애절하다. 가는 세월, 가는 청춘과 더불어 조금씩 잊혀 가는 것이 인생임을 받아들이려는 듯, 화자는 깨달음처럼 정의를 내린다. 산다는 건 매일 이별하는 거라고. 매일 하루하루와 이별하는 거라고. 이제 진짜 서른을 맞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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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와 같은 영화 이야기도 소개를 많이 해주었단다.
마이 페어 레이디, 두근두근 내인생, 사운드 오브 뮤직, 클래식
인 타임, 우아한 세계, 죽은 시인의 사회…
이 책이 시에 관한 책이다 보니 <죽은 시인의 사회>는 자세히 이야기해주었어.
아빠도 고등학교 때 이 영화를 처음 보고 나서
그 이후에도 서너 번은 더 본 것 같아.
참 재미있는 영화였거든..
너희들도 조금 더 크면 같이 이 영화를 한번 더 보자꾸나.
이 영화에는 명대사가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은, 이제는 조금 식상하기까지 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란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빼먹을 수 없는 말이야.
얼마 전에 읽은 <라틴어 수업>이라는 책에서도 이 영화화 이 말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잖아.
정채찬 교수님은 ‘카르페 디엠(Carpe Diem)’에 대하 해석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그 말의 어원을 설명해 주시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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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그에 이어지는 장면에서 바로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라는 라틴어가 나온다. 중세 기독교 시대를 지배했던 언어가 지상의 명령처럼, 하나의 성스러운 주문처럼 학생들에게 던져진다. 영화 속 한글 자막은 한결같이 이 구절을 “현재를 즐겨라” 또는 “오늘을 즐겨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번역은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다. 원래 영화에서는 카르페 디엠에 대해 이야기하기 직전, 키팅이 한 학생에게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 언제나 시간은 쉼 없이 흐르고, 오늘 이렇게 활짝 핀 꽃송이도 내일이면 시들고 말지어다”라는 로버트 헤릭의 시 <To the Virgins, Make Much of Time>을 읽힌다. 그러나 나서 ‘장미꽃 봉오리를 따려면 바로 지금이니’의 정서를 가리키는 라틴어가 곧 카르페 디엠이라 했던 것이다. 따라서 이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로 이해함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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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난한 시인
디지털 세계가 되고, 스마트폰이 세상을 점령하면서
점점 문학하는 사람들의 밥그릇이 작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중에 시인은 더욱 그렇다는구나.
책을 읽더라도 시집보다는 소설을 선호하잖아.
뭐, 아빠도 그러니까 말이야.
그렇다 보니 시 짓는 것은 가난을 감수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린 것 같아.
시에 관한 이야기를 써서 많은 돈을 번 정재찬 교수님이
시인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어…
그래서 이 책에서 그런 시인들의 이야기도 해준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
좀더 시를 사랑해주고, 시인들을 사랑해 달라고 말이야.
아래와 같은 시를 읽으면 짠해지면서,
시에 더욱 관심 좀 가져야겠구나 싶더구나.
좋아하는 시 한두 편은 늘 외울 수 있는 그럼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싶었어.
시인들이 대접을 많이 받아서,
좋은 시들을 많이 써서,
메마른 디지털 세계를 촉촉히 적셔주는 단비 같은 역할이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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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편 순산하려고 온몸 비틀다가
깜박 잊어 삶던 빨래를 까맣게 태워버렸네요
남편의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을
내 시 한 편과 바꿔버렸네요
어떤 시인은 시 한 편으로 문학상을 받고
어떤 시인은 꽤 많은 원고료를 받았다는데
나는 시 써서 벌기는커녕
어림잡아 오만 원 이상을 날려버렸네요
태워버린 것은 빨래뿐만이 아니라
빨래 삶는 대야까지 새까맣게 태워 버려
그걸 닦을 생각에 머릿속이 더 새까맣게 타네요
원고료는 잡지구독으로 대체되는
시인공화국인 대한민국에서
시의 경제는 언제나 마이너스
오늘은 빨래를 태워버렸지만
다음엔 무얼 태워버릴지
속은 속대로 타는데요
혹시 이 시 수록해주고 원고료 대신
남편 속옷 세 벌과 수건 다섯 장 보내줄
착한 사마리언 어디 없나요
- 정다혜, <시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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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책의 첫 문장 : 누구에게나 상처 주고 상처받은 나날들이 있을 겁니다.
책의 끝 문장 : 의외로 시는, 소망은 힘이 쎄다.
책제목 : 그대를 듣는다
지은이 : 정재찬
펴낸곳 : 휴머니스트
페이지 : 256 page
펴낸날 : 2017년 6월 5일
책정가 : 14,000 원
읽은날 : 2018.08.01~2018.08.02
글쓴날 : 2018.08.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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