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끝까지 다 읽고... 지금 두 번째 읽고 읽는 책이 있어요.
바로 <시를 잊은 그대에게>에요.
보니까. 출간된 지 꽤 된 것 같은데
이제사 알게 되었는데요
만 날 사람은 꼭 만나는 인연...마저 떠올린..
정말 애정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재찬 교수님이시고요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수차례 집필하신 분이시래요.
학창시절 교과서에서 읽어서
이미 익숙한 시들.
시뿐만 아니라 가요 가사, 영화, 드라마까지
넘나들며 시와 시적 감성에 대해
이야기해요.
시를 읽을 때면
시 한 줄 한줄 의미는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시 전반의 분위기와 시적 언어에서 오는
뭔가 아련하고 성스럽고
때로는 향수에 젖고
때로는 격정에 젖어 움틀대는 ...
그런 느낌이 있잖아요.
좀 더 정확히 알고는 싶은데...
하지만 시시콜콜 파헤쳐지는 건 싫어요.
학교 다닐 때처럼
단어마다 밑줄 치고 그 밑에 의미 적는 그런 해부는 정말 싫고...
더 잘 느끼기 위해
더 알고 싶은...딱 그 부분...있잖아요.
이 책은
시를 더 느끼고 싶어하는 초심자에게 필요한 딱 그 부분을.
시를 좋아하는 사람의 언어로
이야기해요.
작가에 대한 애절한 스토리도
표현의 해석법(모르고 읽었을 때는 그저 좋은 구절이다 싶었는데
알고 다시 보니..정말이지 캬~ 소리가 나요)
동요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섬집 아기>
1절까지만 익숙했는데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되고 보니...
왜 저 엄마는 아기를 혼자 두고 나갔을까...
아기가 가엾다...는 생각 들어요.
저자는 이 시의 메인이자 압권은
2절에 있다며..
이렇게 보여줍니다.
저 이 부분 보고 울었어요 .
일을 안 하면 먹여 살릴 수가 없고
일만 하면 잘 키울 수가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아이를 두고
일하러 나갔지만...
갈매기 울음소리만 들어도
아이 걱정.....
다 못 찬 굴 바구니를 머리에 이고
달려온다.
유치환 시인과 여류 시조 시인 이영도의
러브스토리.
그리고 함께 읽는 그들의 사랑 시
정말 감탄 자아내고요.
~~~~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이 시 빠지면 섭섭하죠?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
역사상 최고의 반어법이죠.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정말 볼 때마다 좋은 구절
가슴 울리는 사랑 노래죠.
어. 그런데 이 책 보고 처음 알았어요.
이 시는 시인이 고3 시절 짝사랑 하던
한살 연상의 여대생에게 바친 시로,
고등학교 졸업 때 교지에 실렸다고 해요.
그러면서 시인은 이듬해 서울대학교 문리학부에
수석으로 입학을 합니다.
저자는..여기서 학생들에게
귀여운(?) 일침을 날리세요.
공부 잘한다고 시 잘 쓰는 것도 아니며
서울대 수석합격이 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정보도 아닌 게 분명하지만!!
공부 때문에 게임을, 게임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 한다는
지금의 청소년들이 안타까워 굳이
밝혀둔다고요. 하하.
모든 부분이 다 좋았지만.
저는 이 책에서 김수영의 <눈>에 대한
해석은 정말 충격적이었어요.
저자가 교과서를 집필한 교수님이라
교과서에 충실한 해석을 할거라는
예상은 정말 착각이었고요.
저자는...
눈=순수성. 이렇게만 규정하는
관습적이고 통념적인 시 공부에
가격을 가합니다.
김수영 시인이 주목한 눈은.
희고 깨끗하다. 순수하다. 차분하다.
이런 평범한 의미의 눈이 아니었어요....
저 고공에서 아무 보호 장치도 없이 자유낙하를 감행한 결과로
지금 마당 위에 내려 앉아 있는 눈.
그 눈이..살아 있다.
저 고도 상공으로부터
떨어진 그 눈이 ...살아 있다...
생명력과 불사의 상징인 거죠.
그렇게 읽으니
3연에서..'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이 부분에서 동공이 커집니다.
그렇다면..왜 기침과 가래이냐...
보통..불순물을 다 쏟아내고 나도 순수해지겠다..이렇게
해석을 했잖아요?
그런데..그렇다면...
왜 내가 순수해지기 위해
순수한 눈에 가래를 뱉어야 하나요??? ㅠㅠㅠㅠ
저자는..명쾌한 해석을 내놓습니다.
클래식과 가곡 음악의 절제 아름다움을 지나
근대 젊은이다운
히피, 락(Rock)적인 샤우팅 아름다움.
그걸 상상해보라고.
눈은 저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도
죽지 않고 살아 있다.
우리도. 지르자 내뱉자.
우리 속에 응축되고 응어리져 있는
이글거리며 나올 듯 나올 듯
애써 참고 있는
그것을 우리 함께 내뱉자.
그런 의미였던 거예요.
가래는. 몸속에 응축되어
응당 나올 것을
내뱉지 않고 있는 상태.
기침은 그거보다 더
아슬아슬 촉각곤두서서
폭발 직전..하지만 나올듯말듯..
하지만 시대의 지성 시인들이
현재 감히 그걸 거스르고 있다.
우리 기침을 하고 가래를 뱉자.
죽지 않아.
김수영의 눈.
바로 이거였어요
아..정말...
한 장 한 장 모든 페이지가
압권이에요.
평면적이던 시가
3D입체영화로 탄생합니다.
'포토그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재미있는 동물들 (0) | 2018.10.01 |
---|---|
[스크랩] [정재찬] 그대를 듣는다 (0) | 2018.09.30 |
[스크랩] 신들린 방탄소년단 / 한국의 미래는 밝다 (0) | 2018.09.28 |
[스크랩] 식재료로 만든 조각품 (0) | 2018.09.27 |
[스크랩] 세계의 명소와 풍물 - 인도양의 휴양지 몰디브 (Maldives) (0) | 2018.09.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