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IS] UN 울려퍼진 "러브 마이셀프"..
BTS에 열광하는 이유[종합]
박정선 입력 2018.09.25. 11:35
"여러분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당신을 설레게 하고,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여러분의 신념이 듣고 싶습니다."
UN 본부에 한국의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세계의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후 줄곧 외쳐왔던 메시지는 각국의 인사들에게 들려줬다. 방탄소년단이기에 가능한 외침이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열리는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청년 어젠다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Generation unlimited)' 행사에 참석했다. 리더 RM이 팀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약 3분간 울려퍼진 그의 목소리는 하나의 메시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들이 유니세프와 함께 진행 중인 캠페인의 타이틀이기도, 앨범의 타이틀과도 유사한 문구이기도 했다. 바로 '러브 마이셀프'다.
방탄소년단의 멤버이면서, 대한민국의 김남준이며, 고양시 일산 출신의 청년이기도 한 RM은 자신의 이야기부터 시작했다. 그는 "나는 나 스스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하려한다"며 "초기 앨범의 노래 중 이런 가사가 있다. '아홉살 때 쯤 내 심장이 멈췄지'. 돌이켜보면 그때쯤 나는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나는 더 이상 밤하늘을, 별들을 보지 않았고, 꿈을 꾸는 일도 멈췄다. 대신 다른 이들이 만든 틀에 스스로를 가뒀다. 나는 내 목소리를 내지 않기 시작했고,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내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은 멈췄고 눈을 닫혔다. 이런 식으로 나는, 우리는 이름을 잃고 유령이 됐다. 음악은 유일한 안식처였다. 내 안의 작은 목소리가 '일어나서 너의 목소리를 들어라'고 했다. 그 작은 목소리를 들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랬듯, 세계의 모두가 자신 속에 울려퍼지는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그는 방탄소년단의 멤버로 세계 곳곳을 누비는 슈퍼스타이지만, 평범한 모두와 같이 실수투성이의 인간이기도 하다는 것. RM은 "나는 어제 실수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어제의 나도 나다. 오늘의 나는 내가 만든 모든 실수들이 모여 만들어졌다. 내일의 나는 지금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해질지 모른다. 그 또한 나다. 실수와 결함이 나이고, 곧 내 삶의 별자리에 가장 밝게 빛나는 별들이다. 나는 지금의 나 자신 그대로, 그리고 과거의 나와 미래에 내가 되고 싶은 나까지 모두 그대로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며 연설을 이어갔다.
방탄소년단은 언제나 청춘을 노래한다. 단순히 외모, 음악, 퍼포먼스의 퀄리티를 떠나 이들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세계의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이를 두고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에게는 독특한 매력이 하나 더 있다. ‘메시지의 힘’이다. 청춘의 고뇌, 번민, 젊음의 서사 같은 것을 방탄소년단이 늘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날 UN 본부에 울려퍼진 방탄소년단의 목소리는 그들이 어떻게 전세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는지 잘 보여줬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 무엇이든, 성정체성이 무엇이든간에 상관없이"라는 RM의 말처럼, 그 어떤 곳의, 어떤 모습을 한 청춘이라도 방탄소년단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다. 방탄소년단은 지금도 "러브 마이셀프, 러브 유어셀프"를 외친다.
박정선 기자 park.jungs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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