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 김정임
매창이 정인을 잃고 찾았다는 개암사, 공중엔 산기슭을 벗어난
새들의 발자국이 현악기처럼 걸려 있다
가슴에 품은 수만 개 나뭇잎을 꺼내는 걸까 개암사를 향한
오솔길로 바람소리 수런거리고
여자의 어깨 위에서 진물 같은 달빛이 흐른다 더 이상 피울
꽃이 없는 이름
몰래몰래 늙어 간 봄처럼 기다리던 것들이 스스로 주저앉는지
세월이 갇힌 비문의 얼굴이 점점 흐려지고
영원한 것은 영원히 없어 뒤돌아본 시간은 텅 빈 악보처럼
소리의 흰 물결만 일렁일 뿐
한 때의 꽃잎들은 내가 죽은 뒤에 태어난 시(詩)였을까
이화우 흩뿌릴제* 땅속에 묻어버린 이 노래는, 나는 왜 여기 있을까
죽은 사람의 노래는 연주할 수 없어 입 속에 감추어진 혀같이
붉디붉은 슬픔
등을 굽힌 여자의 활이 울음을 삼키는 동안 새들은 가고
투명한 허공을 빗금 그으며 지나간다
* 매창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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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창 (梅窓)
조선 중기의 여성 문인.
初名은 李香今이며 자는 天香, 호를 梅窓, 桂生, 桂娘이라
했던 부안의 名妓로 한시·歌詞는 물론, 가무·현금에도
능하여 黃眞伊와 쌍벽을 이루는 여류 예술인이다.
변산 개암사에서 간행된 그녀의 문집 <매창집 梅窓集>의
발문에 의하면 현리 李陽從의 딸로 “평생 시 읊기를 잘하여
수백 수가 회자되었는데 ······ 1669년 10월에 吏輩들이
傳誦되는 것을 모아 각체 58수로 판을 짠다.” 하였으니
그 각체는 오언절구 20수, 칠언절구 28수, 오언율시 6수,
칠언율시 4수이다.
그녀의 시는 가녀린 선으로 여성적 인고의 성정이 충만하며
자유자재로 시어를 구사하되 재치있고 정감이 넘친다고
평가된다. 특히 <가곡원류>에 전하는 그녀의 단가 “梨花雨
흣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은 문사 劉希慶과의 別章으로
잘 알려진 일화며, 유희경 역시 10여수의 贈詩를 남겼다.
그밖에도 許筠, 李貴 등과 교유하였으며, 부안에 있는 묘비는
1665년에 扶安詩社에서 세운 것이다.
<매창집>은 현재 澗松文庫에 2종, 서울대학 도서관에 1종이
각각 소장되어 있으며, 전편이 <조선역대여류문집>에
수록되어 전하는가 하면 <역대여류시문선>에 전편이
번역되어 전하고 김억의 번역시집 <금잔디>에도 38수가
번역 소개된 바 있다.
- 네이버 고전문학사전
김정임 시인
1953년 대구 출생
경북대 의대 간호학과 졸업
2002년 미네르바신인상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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