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크랩] 우화의 강 - 마종기

한아름 (40대공주~~) 2009. 11. 26. 18:33

 

 

 

 

우화의 강
                              
                               마종기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 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의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 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수야 없겠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의미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고 가벼울 수 있으랴.

출처 : 우화의 강 - 마종기
글쓴이 : 정중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