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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은 어렵다

한아름 (40대공주~~) 2019. 12. 3. 12:39

초롱초롱 박철홍의 지금도 흐른다! 58

ㅡ 쉽고도 어려운 한글 ㅡ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고 반포할 당시 시대상황은 쉽지 않았다. 세종이 총애하고 집현전 소속 유학자로서 당시 덕망 높았던 최만리는 유학자 대표로 반대 상소를 올렸다.

이 상소 하나로 최만리는 우리 학창시절 국어 선생님들이 반드시 씹고 가는 만고의 역적이 되었다.

그러나 국어 선생님들이 말했던 것과 달리 역사를 깊이있게 살펴보니 최만리는 나쁜 놈이 아니었다.

최만리는 청백리였으며 당시 가장 존경받는 유학자였다. 지금 우리 생각과는 달리 최만리가 그런 상소문을 올린 것을 세종은 기특히 여겼을 정도였다. 그래서 최만리 등 상소문에 이름을 올린 유학자들을 일단 잡아 들였다가 하루만에 다 풀어 준다.

최만리가 대표로 쓴 훈민정음 창제 반대 상소문은 당시 유학자들의 시대석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글이지만 명문장이다. 지금 다시 읽어봐도 생각할 거리가 많고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 지기도 한다.

최만리는 상소문에서 자신의 생각이 사대부들만을 위한 글 이라는 것을 인정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주장은 사대부만을 위한 것이 아님도 호소했다.

최만리의 주장 중 하나는 한 마디로 한글이 너무 쉽다는 것이었다. 즉 문자를 너무 쉽게 배울 수 있게되어 신하들이 학문을 소홀히 해서 국정운영이 어려워 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외에도 상소문에는 여러 반대 의견이 써져 있지만 오늘 주제인 한글이 쉽고도 어려운 관한 것만 이야기 하겠다.

그러나 세종 생각은 달랐다.

세종이 지금봐도 조금 웃기는 한글창제를 반대하는 신하에게 '개소리 하지마라!' 는 말까지 포함된 짜증 섞인 독설로 반대파들을 진압하면서까지 한글을 창제한 이유를 밝혔다.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 어리석은 백성이 말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제 뜻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세종실록> 1446년 9월29일)이라는 것이었다.

세종은 ‘어리석은 백성’을 위한 문자였기에 쉽게 만들어야 했다.

당시 예조판서 정인지(1396~1478)의 언급처럼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이면 배울 수 있는 문자’를 창제했던 것이다. 또 “이로써 백성들은 송사에 휘말릴 때 언문 법조항이나 판결문 등을 자세히 보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 있게 됐다”고 정인지는 평가했다.

정인지는 당시 유학자로서 드물게 확 트여있었다. 그래서 수양대군 편에서서 쿠데타도 함께 했는지 모른다.

이것이 세종의 한글 창제, 첫 번째 이유다.

분명한 것은 한글이 쓰고 읽는 것을 배우기 쉽고, 뜻을 전하기에도 아주 간편하다.

그런데 난 가끔 한글이 참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글을 자주 많이 쓰는 나도 아직도 많이 헷갈리고 틀리고 있다.

맞춤법과 띄어쓰기이다.

진짜 헷갈리는 게 많다.

아래 사진에 보듯이 틀리기 쉬운 마춤법 단어를 몇 번 보고도 금방 잊어 먹는다.

띄어쓰기는 더 어렵다.

아마 지금 쓰고 있는 이 글에서도 띄어쓰기가 몇 개 틀려 있을 것이다.

그런데 훈민정음 창제 당시 한글 표기는 세로쓰기였다. 이는 한문 쓰기와 형식을 같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띄어쓰기가 전혀 없었다.

사실, 처음 띄어쓰기가 나타난 책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외국인이 처음 사용했다.

1877년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연합선교사 소속의 선교사 존 로스(John Ross)가 지은 "한국어 첫걸음<Corean Primer>" 이 한글 띄어쓰기 출발점이 되었다.

이분이 조선에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하여 외국 선교사들에게 한글을 가르치기 위해 "한국어 첫걸음<Corean Primer>"이라는 한국어 교본을 만들었고 그 책에 처음으로 띄어쓰기를 선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미국 출신의 선교사 호머 헐버트라는 사람에 이어졌다. 헐버트는 주시경과 함께 맞춤법과 한글을 연구하였고, 그 과정에서 띄어쓰기와 점찍기를 도입했다.

헐버트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주시경과 함께 최초의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를 만들어 냈다.

세종이 한글을 창제하고 400년이 지나서야 외국인에 의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지금의 한글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이다.

존로스는 "한국어 첫걸음<Corean Primer>"에 이렇게 적었다.

"한국어 알파벳은 너무나 아름답고 간결해서 30분이면 글자를 충분히 습득할 수 있다."

외국인이 보기에도 한글! 이처럼 쉽고 아름다운 글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데 왜 아직 나는 한글을 완벽하게 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일까?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