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가는 분들이 계신것 같아 올봄에 다녀온 사진과 후기 올려봅니다.
굴업도, 백아도 두 섬은 꼭 가봐야한다고 믿는 1인입니다 ㅎㅎ
탁 트인 동해만 보고 살다가 모처럼 서해안으로 간다.
인천항에서 덕적도까지 2시간, 덕적도에서 굴업도까지 다시 1시간.
굴업도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1박2일 섬에서 보낸 시간은 말 그대로 힐링~
일망무제의 동해보다 심심찮게 나타나는 섬들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개머리해안으로 가는 길, 저 남자는 혼자 야영하러 가나 보다.
굴업도는 야영자들의 천국이라고 한다.
굴업도 이장이 사슴 1쌍을 풀어놓은 게 자연번식을 했는데
녀석들이 풀을 뜯어먹으며 섬의 생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고.
아, 저 텐트가 내 텐트였음 좋겠다! 저기서 하룻밤만 자봤음 좋겠다.
언제부턴가 와보고 싶었던 섬인데.
평일인데도 개머리해안엔 야영족들 집이 여러 채.
바다를 보며 밥 먹고, 자고, 얘기하고, 노래하고.... 행복하겠다!
굴업도는 덕적도가 거느린 5개의 섬 중에 하나.
멀리 수평선에 뜬 백아도 역시 덕적군도에 속한다.
찔레, 아카시아, 이팝.... 육지에는 지고 없는 꽃들이 한창이다.
해풍에 허리가 휜 이팝나무가 기어이 옆으로 몸을 눕혔다.
한때는 핵 폐기물 예정지로, 한때는 골프장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섬은
환경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오늘날 무공해 청정지역으로 살아남았다.
튼실한 엉덩이 보소.
누구 말처럼 무 뽑듯이 쑥쑥 애들 잘 낳겠다 ㅎ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람들 동태를 살피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도망간다.
사람이 놓아 길렀지만 자연에 길들여져 잡히지 않는다나.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항로가 있는 모양인지 심심찮게 배가 지나간다.
굴업도 능선에서 보이는 소굴업도와 부속섬들.
끝까지 내 시선을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저 섬.
저물녘 백사장을 걷는 일행들.
황홀한 일몰은 없었지만 은은하고 고요했다.
수평선이 발그레 물들며 모래사장에도 분홍빛이 스며들었다.
모처럼 민박집에서 6명이 한 방에 잠들었던 밤. 코까지 살짝 골며 잤다.
<뒷날>
"나는 일복 밖에 타고 난 게 없슈. 평생 일 구덩이에서 살다 죽겄지 뭐..."
민박집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아궁이에 불을 때고 계신다.
섬에서 태어나 섬에 뼈를 묻으실라나.
어제는 큰마을 해변에서 개머리능선을 따라 트레킹 4시간
오늘은 목기미해변을 따라 연평산 쪽으로 간다.
바람은 산산 불어오고 시야는 더없이 푸르고 맑다.
인적 없는 백사장을 걸어 가파른 언덕을 오르자 목기미해변이 발 아래에 엎드려있다.
저 해안은 한때 색주가가 있을 정도로 흥청거리던 시절이 있었다는데
어느해 태풍으로 해안 일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고 한다.
빛의 굴절에 따라 색감이 변하는 물빛, 오늘은 에메랄드다.
뛰어들고 싶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온몸으로 느끼고 싶어서.
너도 고생 많구나.
바람 찬 언덕에 서서 쓰러지지 않으려고 안깐힘을 썼겠구나.
일행 중에 78세 왕언니가 있었는데 몸이 얼마나 가볍고 성격이 유쾌한지 -
카메라 가방 짊어지고도 선두을 유지하는데 모두들 놀랐다.
그 나이에 아픈 데가 한 군데도 없다니 축복 중에 큰 축복 아닌가.
드디어 우리의 목적지 코끼리바위까지 왔다.
보는 방향에 따라 각기 다른 형상을 보여주는 바위가 이 해안의 주연 같다.
코끼리바위 앞에서 즐거운 모델놀이-
바위 앞쪽 공간이 별로 없어서 전경을 담기가 어려웠는데
왕언니의 갤럭시 S10 폰카가 모든 걸 해결했다. 광각렌즈가 기가 막혀!!!
오전 트레킹을 끝내고 마을로 돌아온다.
10가구가 살고있는 굴업도 우편함엔 물 건너 온 사연들이 꽂혀있고.....
마을 입구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이팝꽃.
허연 쌀밥을 가마솥째로 엎어놓은 듯 풍성하다.
출처 :여자 혼자가는여행 원문보기▶ 글쓴이 : 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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