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조름하고 꼬들꼬들한…''밥도둑''이 궁금하다
# 가격차는 왜?
큼직한 알배기 굴비가 비싸다는 사실은 대부분 납득할 것이다. 그러나 생선이나 과일이 크다고 꼭 맛있는 것이 아니듯, 굴비도 마찬가지다. 굴비를 구입할 때 큰 것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산 참조기를 법성포에서 말린 것 ▲알을 밴 것 ▲크기가 30㎝ 이상인 것 ▲소금물에 절이지 않고 소금(천일염)으로 절인, 즉 ‘섭간’한 것 ▲상처가 없고 적당한 윤기를 지니고 있는 것이 비싸고 맛있는 굴비다. 이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두름에 수십만원이 넘는 ‘명품’ 굴비라 불릴 만하다는 것이다.
반면 값싼 굴비는 대부분 중국산 조기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말린 것이다. 참조기가 아닌 백조기나 수조기, 부세조기도 참조기보다 맛은 떨어지지만 훨씬 저렴하다. 크기가 작을수록 값은 더 떨어진다. 그러나 좋은 굴비를 소비자가 눈으로 구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믿을 만한 판매처에서 구입하는 것이 가장 좋다.
◇신라호텔이 설선물용으로 내놓은 250만원짜리 명품알배기 굴비세트(왼쪽), 굴비를 3개월 이상 보리에 묻어둔 보리굴비. 단단하며 갈색빛이 돈다. |
# 어떻게 요리할까
굴비는 기름을 두르지 않고 약한 불에 노릇하게 구워내는 것이 쫄깃함을 즐길 수 있는 최상의 요리법. 굴비구이를 고추장과 참기름을 섞은 양념에 찍어먹는 것이 원산지인 영광에서 즐겨 먹는 법이다. 하지만 질좋은 굴비가 아니라면 꼭 구이로 만들 필요는 없다. 매운탕이나 찜, 조림을 만들어도 다른 생선에 비할 수 없는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굴비찜(조림)은 간장, 고춧가루, 다진 마늘, 설탕 등을 섞은 생선찜 양념을 넣고 찌면 된다. 무, 무말랭이, 애호박 등 어떤 채소를 넣어도 좋다. 굴비가 남아 단단해졌다면 장아찌를 만들어 보자. 잘게 찢어 참기름에 버무린 후 고추장에 버무리거나 고추장 단지에 박아둔다. 서너 조각으로 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울 수 있을 만큼 밥반찬으로 좋은 것이 고추장 굴비다.
주의할 점도 있다. 참조기가 굴비가 되면 단백질, 지방, 칼슘, 철분 등이 골고루 증가해 영양가가 높지만, 염도도 높아지므로 신장병이나 고혈압 또는 부종이 있는 사람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 요즘 인기인 ‘마른 굴비’
최근 굴비 전문식당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마른 굴비’다. 마른 굴비라는 메뉴를 보고 “굴비가 조기 말린 것 아니냐”고 묻는 손님도 많은데, 마른 굴비란 염장한 일반 굴비를 바람에 말리거나 보리에 묻어둬 더 바짝 말린 굴비를 뜻한다. 보통 3∼4개월을 말리는데, 일반 굴비보다 더 단단하며 맛과 향이 더 강하게 농축돼 있지만, 짜지는 않다. 바싹 말렸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것이 보통이고, 살에서 갈색이 돌며, 굴비보다 2∼3배 비싸다.
마른 굴비는 워낙 단단하기 때문에 그냥 굽거나 요리하기 어렵다. 찜통에서 천천히 쪄내거나 쌀뜨물에 불린 다음 굽거나 조리는데, 그래도 굴비보다 단단하다. 보리 굴비구이는 젓가락으로는 쉽게 찢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해 손으로 쭉쭉 찢어야 한다. 이처럼 단단한 마른 굴비는 오랫동안 꼭꼭 씹어 먹어야 맛과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영광굴비 조림 전문점 ‘굴비마을’의 이근규 대표는 “굴비는 보통 구워먹지만, 손이 많이 가고 맛이 깊은 보리굴비는 조림에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홀리데이인호텔 서울 한식당 이원의 겨울메뉴, 굴비와 된장찌개 정식. |
굴비 정식이나 굴비 백반을 내놓는 한식집이 많지만, 맛있는 진짜 굴비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은 의외로 많지 않다. 제대로 된 굴비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대부분 전라남도에서 매일 식재료를 직접 공급받는 남도음식 전문점이다.
압구정동 시네씨티 옆 골목의 굴비마을(02-541-9211)은 젊은이들이 찾는 레스토랑과 바가 가득한 압구정동 골목에서 굴비 요리를 고집하고 있는 곳. 보리에 묻어 말린 보리굴비를 이용한 굴비 조림과 영광굴비 정식을 맛볼 수 있다. 보리굴비 한 마리를 구워 주는 영광굴비 정식을 주문하면 종업원이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찢어준다. 영광 직송 굴비세트를 구입할 수도 있다. 서초동 법원 뒤 동백길(02-536-3607)은 마른 굴비정식으로 소문이 자자한 곳. 마른 굴비를 쌀뜨물에 불린 후 구워주는 마른 굴비 정식이 일품이다. 강남역 인근 영광굴비식당(02-532-4826)에서는 굴비 등급에 따라 굴비 정식의 가격이 1만2000∼3만원으로 다양하다. 굴비조림도 내놓는다. 남도식 횟집으로 유명한 논현동 가시리(02-546-0056)도 매일 현지에서 공수하는 보리굴비로 만든 굴비조림을 내놓는다.
양평동 영광굴비정식(02-2068-0257)은 굴비백반과 굴비정식이 입소문이 나서 점심에는 한참 줄을 서야 할 정도. 십 수가지의 반찬이 나오는 남도식 상차림이 푸짐하다. 청진동 해장국 골목의 남원식당(02-732-7741)은 ‘굴비백반’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눈길을 끄는 곳으로, 굴비백반을 5000원에 내놓는다. 식당은 허름하지만, 짭조름한 굴비 맛과 정갈한 반찬을 접하면 밥값의 몇 배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권세진 기자 sjkw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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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저 산길 끝에는 옛님의 숨결 원문보기▶ 글쓴이 : 선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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