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도암 환자의 눈물,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어요”
담도암 환자인 김정구(가명, 남) 씨는 비교적 암의 원인이 밝혀진 사례에 해당한다.
담도암은 환자 수로 국내 10대 암에 들지만 발생 원인이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담도암은 간에서 만들어진 답즙(쓸개즙)이 십이지장까지 가는 길인 담도에 생긴 암이다.
지난 달 사망한 프로레슬러 이왕표의 투병으로 잘 알려졌다. 간내 담도암은 해부학적으로 간
암에 속하고 담도암은 담관암이라고도 한다.
– 국내 10대 암인데, 원인을 모르는 경우 많아
2015년 우리나라에서 담도암은 3740건 발생해 위암, 대장암 등과 함께 ‘10대 암’에 포함됐다.
담낭암까지 합하면 담낭-담도암이 6251건이나 된다. 남녀 환자의 성비는
1.4대 1로 남성 환자가 약간 많다. 연령대는 70대가 37.0%로 가장 많았고,
60대 25.8%, 80대 이상 21.6%의 순이었다.
의료계에서는 현재 담도암의 발생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감염될 수 있는 간디스토마나 담도결석 등을
위험 요인으로 분류하고 있다. 발암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는 고무, 항공기, 화학약품,
자동차 공장 종사자는 일반인보다 담도암 발생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췌장암과 더불어 최악의 암으로 꼽히는 이유
담도암은 흔히 완치의 기준으로 활용되는 5년 상대생존율이 29.1%에 불과하다
(중앙암등록본부 2017년 자료). 환자 10명 중 3명 정도만 5년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담도암이 췌장암과 더불어 악명이 높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장암(76.3%),
위암(75.4%)과 비교하면 예후가 얼마나 나쁜지 잘 알 수 있다.
담도암의 생존율이 최하위권인 이유는 암이 주변의 주요 장기로 퍼진 후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만큼 증상을 알아채기 어려워 조기 진단이 쉽지 않은 암이다.
담도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황달이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거의 없다.
복통이나 열, 간 기능 검사에서 이상이 나타나는 정도이다.
담도암은 아직까지 약으로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이 없어 수술이 기본적인 치료법이다.
하지만 전이 후 진단되는 경우가 많아 암 부위를 도려내는 수술이 가능한 환자는
40-50%에 불과하다. 치료율을 높이는 최선의 길은 가능한 한 암을 일찍 발견해 수술을 하는 것이다.
– 담도암을 어떻게 예방할까
담도암을 예방하기 위한 수칙이나 검진 기준은 아직 없다. 위암은 짠 음식을 조심하고
대장암은 동물성 지방 섭취를 절제하라 식의 예방법이 있다. 하지만 담도암은 발생 원인이
확실하지 않아 예방 수칙을 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간디스토마를 막는 등 위험요인을
일상에서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 할 수 있다.
간디스토마 감염은 민물고기를 충분히 익혀 먹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간디스토마에 걸렸다면
치료를 서두르고 완치를 확인해야 한다. 간에 결석이 있으면 그 돌을 제거하고 담관염,
궤양성 대장염, 선천성 담도 기형, 간경변증 등이 있는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이들 질환으로 인한 담도암은 예방할 수 있다.
– 조기 검진법을 마련하는 것이 과제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담도암은 현재 특별하게 권장되고 있는 조기 검진법이 없다.
정기 건강검진을 통해 암을 일찍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검진에서도 암 초기에는
정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환경적, 유전적으로 담도암이 의심되면 담당 의사와 상담해
정밀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담도암의 진단을 위해 사용하는 검사는 초음파검사,
CT, MRI 등이 있으나 의사와 의논해 양성자방출단층촬영(PET), 혈청 종양표지자검사 등
다른 검사도 받을 수 있다.
김용태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담도암은 췌장암과 더불어 예후가 가장 나쁜 암이어서
환자분들이 항상 중압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면서 “의료진으로서 항상 ‘이런 것들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며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에서도 항상 용기를 잃지 않고,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한테 항상 긍정적으로 대하면서 치료에 임하는 환자분들을 보면
오히려 제가 항상 감동을 받는다”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