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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건들 장마

한아름 (40대공주~~) 2018. 10. 4. 11:20

건들장마 / 이권 건들장마 속 작달비가 지나간 아침 무 싹이 손톱 만큼 올라와 있다 배추벌레가 사각사각 아침요기를 끝낸 배추잎 푸른똥 몇 개 점점이 놓여 있다 어미젖을 물고 있는 애호박의 몸무게는 닷 돈 가량 늘어났고 갓 뒷물을 끝낸 며느리밑씻게 잎은 축축이 젖어있다 누런 삼베옷을 입은 방아깨비 한 홉 정도의 가을을 찧어내고 있고 막내 조카 영희 가슴이 자두알 만하게 올라와 있다 3조 2교대 야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 턱수염은 한 치 정도 자라 있고 허리는 어제보다 1도 정도 휘어져 있다 하늘은 뻐꾸기 울음소리로 반쯤 젖어 있고 세상은 어제 보다 말가웃 더 늙어졌다 다 건들건들 지나간 건들장마 탓이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 2015. 06.


출처 : 기독여성하나회
글쓴이 : 예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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