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은 하나의 세계이다
얼굴은 자신의 내면을 전달하는
신비로운 통로이며
내부를 비치는 거울이다.
얼굴이 만드는 수천 가지 표정에는
순간순간 새로이 시작되고
사라지는 세계가 있다.
거기에서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건이 발생하고 관계를 짓는다.
얼굴은 저마다 존재를 강렬하게
심어주고 서로를 인정하게 한다.
얼굴은 신성한 자리이다.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하나의 우주가 우주를 만나는 것이고
하나의 사회가
사회와 맞닥뜨리는 일이다.
이를 통해 서로 매료되고
감동하며 소통하며 놀라워한다.
대면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무언가 일이 시작되는 경험이고
새로운 시간이 열리는 시간이다.
사람은 서로 얼굴을 본다.
있는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은
서로를 마중하며 배웅하면서
지금 사람답게 숨쉬며 살아가는 법을 익힌다.
얼굴은 실로 하나의 세계이다.
거기에는 다른 어떠한 것을
덧붙일 필요가 없다.
의도하여 꾸미거나 억지스럽게
만들어내지 않아도
얼굴은 표정이 되어 대면하고
내면을 전달하고 소통을 이룬다.
되레 억지스런 얼굴은
진정한 소통을 막아버리고
얼굴에서 열리는 세계는
더욱 낯선 자리로 흘러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