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그리고..

[스크랩] 멕시코 칸쿤- 요즘 뜨는 여행지

한아름 (40대공주~~) 2015. 8. 20. 10:46

획기적인 서비스의 호텔과 에메랄드를 품은 바다가 칸쿤이 가진 매력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분명 칸쿤은 세계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사뭇 다른 모습마저 간직하고 있어 더욱 특별하게 보입니다. 더욱이 그것이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라면? 제가 그랬듯이 칸쿤을 찾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칸쿤이 가진 양면성의 나머지 하나인 고대 문명의 유적지 '치첸이트사(Chichen Itza)'를 찾아서 저와 함께 고고씽!

치첸이트사의 상징이자 일명 '엘 카스티요(El Castillo, The Castle)'로 불리는 '쿠쿨칸의 신전'입니다. 푸른 대지에 우뚝 솟아있는 쿠쿨칸의 신전은 멀찌감치 떨어져서 보는 것만으로도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전 영화에서만 보던 걸 눈앞에서 맞닥뜨리니 그리도 신기할 수가 없더군요. 마치 제가 직접 영화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한 기분마저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치첸이트사를 건립한 마야를 비롯하여 고대 문명을 신비주의로 다루는 경우가 흔합니다. 특히 쉬이 납득할 수도, 증명할 수도 없는 역사를 가졌다면 종종 외계인과 결부시키곤 합니다. 물론 신빙성이 떨어지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영화의 소재로서는 흥미진진한 것이 사실입니다. 아마 여러분도 이런 영화를 한 편쯤은 보신 적이 있으실 것 같네요.

현재의 관점에서는 마냥 미개했을 것만 같은 인류의 조상이 도무지 믿기 힘든 수준의 육체적,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흔적이 곳곳에 보이고 있습니다. 이걸 달리 설명할 재간이 없어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한 결과가 결국 외계인인 셈이죠. 이를테면 "이게 다 외계인 때문이다"?

몇몇 유적의 건축술로 예를 들어 피라미드 는 수백 년간 이어진 연구에 의해 밝혀냈다고는 하나 이는 사실상 역사적 자료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유력한 가설로 인정받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고대 문명은 지금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하고 난해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할리우드는 계속 외계인의 손을 빌리는 것일 테고 세계 7대 불가사의 또한 동일한 배경을 가지고 탄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신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치첸이트사 또한 그런 유적 중 하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치첸이트사에 있는 쿠쿨칸의 신전이 그렇습니다. 흔히 피라미드라고 불리는 형태를 한 쿠쿨칸의 신전은 건축술과 더불어 마야 문명이 보유했던 고도로 발달한 천문학의 집합체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피라미드를 이루고 있는 4면의 계단입니다. 이 계단은 각각 91개로 구성되어 있어 합이 364개입니다. 여기에 중앙에 있는 제단까지 더하면 총 365개, 즉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태양력의 1년인 365일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쪽의 계단에는 번호를 적어서 관광객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마야 문명이 사용한 태양력은 1년이 18개월, 1개월은 20일이며 별도로 5일을 더하여 365일을 사용했습니다. (덧붙이는 5일은 불길한 날로 간주하여 외출하거나 머리를 빗는 등의 행위를 금기시했습니다) 비록 윤일은 두지 않았으나 이것은 당시로는 굉장히 정확한 역법이었다고 합니다. 영화 <2012>에서는 마야의 역법을 사용해 세상에 종말이 오는 날을 계산하기도 했죠.

쿠쿨칸의 신전이 지어진 것은 짧게는 수백 년, 길게는 1천 년도 더 전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컴퓨터는커녕 계산기조차 없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역시 할리우드의 주장대로 외계인의 영향을 받은 것이 사실인 걸까요? ^^; 의도적인 건축인지 우연의 일치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존재하는진 모르겠습니다만 설사 후자라 하더라도 꽤 특이한 일이긴 합니다.

쿠쿨칸의 신전의 계단에는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위 사진에 보이는 계단에 얽힌 것으로 제게는 가장 신기했던 부분입니다. 바로 매년 밤과 낮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과 추분의 오후 3시경에 저 계단의 측면에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구불구불 내려오는 뱀의 형상을 그린다는 것입니다.

아래 영상을 보시면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쿠쿨칸의 신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의 박수와 환호가 저의 부러움을 사는군요. 눈앞에서 이 광경을 보다니 억세게 운 좋은 사람들입니다.

'쿠쿨칸(Kukulcan)'은 마야어로 '깃털이 달린 뱀'을 의미하며 마야 문명에게는 신으로 떠받들어지던 존재입니다.이 쿠쿨칸이 농사에 적기라는 춘분과 추분에 땅으로 내려오는 것을 건축물로 표현했다는 건 쉽게 우연의 일치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듭니다. 그건 그렇고 어떻게 저리도 정확하게 계산하여 건축한 건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역사적 근거는 없지만 저런 현상이 우연의 산물은 아닐 것이라는 증거가 될 수 있는 것. 다른 면에 놓인 계단의 끝에는 뱀의 머리가 없습니다. 참고로 마야의 쿠쿨칸은 아즈텍의 '케찰코아틀(Quetzalcoatl)'과 거의 동일한 신입니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의 차이와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되면 케찰코아틀과 아즈텍 문명의 멸망에 연관된 비극적인 사연을 소개하겠습니다.

이 밖에도 계단의 정면에 서서 박수를 치면 메아리가 되어 돌아오는 등, 쿠쿨칸의 신전에는 신기한 구석이 많습니다. 결정적으로 우리가 밖에서 보는 신전의 안에는 또 다른 신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가 주로 왕의 무덤으로 쓰인 데 반해 치첸이사와 여타 중미의 그것은 신을 모시는 용도였다는 차이점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더 이상 신전의 내부를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예전에는 피라미드를 걸어 올라가거나 내부에 있는 또 하나의 신전을 볼 수 있었으나 워낙 많은 사람이 찾는지라 문화재 보호 차원에서 2006년에 금지했다고 합니다.

쿠쿨칸의 신전은 지금도 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 계단은 돌로 하나하나 다시 쌓아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것은 고대에 있었던 일종의 축구시합이 열렸던 경기장입니다. 현재 보수 중인지 접근을 차단해서 내부 사진을 찍을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 시티의 인류학 박물관에 가면 자세히 볼 수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발이 아닌 허리와 엉덩이 등을 사용하는 구기종목입니다. 경기장의 벽에 있는 돌로 만든 원형의 림에 공을 넣으면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입니다. '림(Rim)'이라고는 했지만 농구처럼 눕혀져 있지 않고 세워져 있습니다. 어찌 보면 농구와 축구의 골이 합쳐진 형태네요.

그런데 이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종교의식을 겸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이 대목에서 치첸이사에 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관점의 충돌을 겪게 하는 사실을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경기의 승패에 따라서 한쪽은 산 채로 신에게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이른바 '인신공양'이라고 하죠. 다시 말해 멕시코 고대 문명의 구기종목은 아무나 신의 제물이 될 수 없다는 것에서 더 용맹한 자를 선별하는 과정이었던 셈입니다.

이곳은 전사의 신전입니다. 이름만 보면 언뜻 용감히 싸우다 전사한 자의 넋을 기리는 신전으로 느껴지지만 중앙에 있는 건물에 '차크물(Chac Mool)'이 있어 역시 인신공양에 쓰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신공양에 대한, 또는 고대 문명에 대한 시각적 차이는 분분한데, 현재에서 볼 때는 무지에 근거한 야만적인 도살일 테지만 과거에는 또 필수불가결한 의식이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물로 바쳐진 자들은 자신의 영광으로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물론 저 역시도 감히 상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일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과연 지금 우리가 종교에 눈이 멀어 숱하게 범하는 누와는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요?
저로서는 어느 쪽이 더 미개하다고 판단하는 것조차 무의미해 보일 지경입니다.

무엇보다도 고대 문명을 말살한 장본인들이 그들을 미개한 야만인으로 취급하는 건 넌센스입니다. 아즈텍 문명을 정복한 에르난 코르테스는 정녕 정복자이고 구세주였을까요? 순진한 아즈텍 사람들을 속여 금을 바치라고 지시한 자가 위대한 인물일까요? 스스로를 우월하다고 판단한 서구 사회에서는 그럴 수 있겠지만 고대 문명의 시각에서는 어쩌면 침략자요 학살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출처 : 여행이 재산이야
글쓴이 : green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