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 여자
햇살이 막 꾸벅거리며
장난스런 아이처럼 하늘에서 놀고 있을 때
창이 맑은 부엌에서
토닥거리며 저녁준비를 하고 있다.
갑자기 산책하자며 전화를 건 칭구
운동하러 나왔다가 문득 생각나서
강을 건너는 버스를 탔단다.
번개같은 손놀림은 아니지만
잘 볶은 멸치도,
맛깔스런 콩자반도 예쁜 그릇에 담아놓곤
버스 정류장으로 나서니
눈부신 햇살이 옷을 벗긴다.
두손 꼬옥 잡고 걷는 길은 아니지만
한강으로 나서는 길이 참 즐겁다.
하늘공원으로 둘러
저만치 하늘거리는 개나리 울타리 곁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봄을 안아보지만
아직은 미처 봄이 어설픈 나무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어깨를 나란히 오붓하게 걷는다.
공원을 한바퀴 둘러 한강으로 내려서는 길
아직도 혈기왕성한 햇살이 싫어서일까?
드물게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다.
캔커피 하나씩 손에 들고
그늘진 곳에 터를 잡고 마음을 연다.
아픈 곳 터트려 쥐어도 보고
살풋한 기억도 더듬어보고
조금은 상큼한 노년도 논하면서
봄날의 햇살을 만끽하는 우리는 부모를 걱정하는
딸로 마주하고 섰다.
물처럼 흐르는 세월이라던가
햇살은 구름처럼 그렇게 흘러
긴 그림자가 저만치 흐느적거린다.
세상에 달랑 남겨진 두 모녀,
돌아갈 곳이 자꾸만 염려스러운 나이에
함께 해야만하는 그녀는 눈물많은 여린 딸이었다.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오르는 그녀를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에
햇살도 동행하니 그곳엔 달이 있을까?
오늘은 그렇게 찾아온 친구로 인하여
짠한 추억 하나
가슴에 담는다.
- 2012. 4. 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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