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욕심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았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갔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 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출처 : 나인줄로 아세요
글쓴이 : 수필가 김선숙 원글보기
메모 :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단풍드는 날 / 도종환 (0) | 2011.09.22 |
---|---|
[스크랩] 당신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0) | 2011.09.18 |
[스크랩]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0) | 2011.09.15 |
[스크랩] 소금같은사랑 (0) | 2011.09.11 |
[스크랩] 한가위에 꿈꾸는 사랑 (0) | 2011.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