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크랩] 가을욕심

한아름 (40대공주~~) 2011. 9. 15. 14:52


      가을 욕심

      지금쯤, 전화가 걸려오면 좋겠네요.
      그리워하는 사람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더라도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이라도 한번 들려주면 좋겠네요.

      지금쯤, 편지를 한 통 받았으면 좋겠네요.
      편지 같은 건 상상도 못하는 친구로부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 담긴 편지를
      받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나에게 보내는 선물을
      고르고 있으면 좋겠네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포장하고
      내 주소를 적은 뒤,
      우체국으로 달려갔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면 좋겠네요.
      귀에 익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와
      나를 달콤한 추억의 한 순간으로
      데려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누군가가 내 생각만 하고
      있으면 좋겠네요.
      나의 좋은 점, 나의 멋있는 모습만
      마음에 그리면서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가을이 내 고향 들녘을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이렇게 맑은 가을 햇살이 내 고향 들판에
      쏟아질 때 모든 곡식들이 알알이
      익어 가면 참 좋겠네요.

      '지금쯤' 하고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찾아오지 않네요.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네요.
      내가 먼저 전화하고, 편지 보내고,
      선물을 준비하고, 음악을 띄워야겠네요.
      이 찬란한 가을이 가기 전에.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출처 : 나인줄로 아세요
    글쓴이 : 수필가 김선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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