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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 손미나

한아름 (40대공주~~) 2019. 10. 28. 10:54



책속으로

역사적으로 늘 소를 신성시 해온 스페인 사람들이 이러한 소와의 한판 승부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니, 투우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들이 이런 의식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자연과의 정면승부에서 자연을 굴복시켜 인간의 생명력과 힘을 확인하고자 했던 것일까? 소를 죽이지 않으면 자신의 생명을 잃게 되는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극도로 위험하고 두려운 그 상황에 일부러 자신을 내던져 승리함으로써 강렬한 생명의 힘을 얻으려 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투우사는 신성한 의식을 치르듯 그토록 화려한 복장과 정갈한 몸짓으로 소 앞에 서는 것은 아닐까? 76

'평생 스페인만 봐도 스페인의 모든 것을 볼 수 없다. 그리고 평생 스페인만 본다 해도 질리지 않을 것이다.'(유럽 격언) 79

90을 바라보는 나이에, 40년 전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남자를 추억하며 얼굴을 붉히는 로리타 여사의 순수함에 감동으로 가슴이 벅찼다. 혹시 그녀가 한국말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예전엔 조금 했는데 너무 오래전 혼자 되는 바람에 이젠 기억이 안 나... 그래도 한마디는 기억하지.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이거든."
"그게 뭔데요?"
"자기야, 이리와~"
자기야 이리와... 눈물이 앞을 가렸다. 정말 참으려고 했는데 난 결국 그녀 앞에서 울고 말았다.

그동안 사랑이란 어쩌구 저쩌구 함부로 말해 온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정말로 여전히 사랑에 빠져 있기 때문인지 90의 나이에도 소녀 같은 미소와 꿈꾸는 눈을 가진

로리타 여사는 갑자기 허공을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그 다음 가사는 잘 생각이 안 난단 말야..." 102

이구아나 조각에 기대어 행복해하는 그녀(맹인으로 촉감으로 조각을 감상하는..)의 모습을 몇 번이고 돌아보며 공원을 나서는데 예술로 사람을 치료한다는 상빠우 병원 건물의 문구가 떠올랐다.


'그렇다 예술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영혼으로 느끼는 것이리라.' 122

낯설고 당황스런 모든 일들을 겪으며 '나는 누구일'라는 정체성의 문제를 고민했고, 새로운 세상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모두는 진정한 나를 발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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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방송을 접고 스페인으로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햇다.

돌아왔을 때 그 위치에 다시 서지 못하면 어쩔 거냐, 시집은 안 갈 거냐,

그 나이에 공부는 해서 뭐하냐... 물론 나도 두려웠다.

하지만 이제 겨우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안정과 최고만을 찾다가 더 이상의 도전도, 실패도, 변화도 없는 '죽은 삶'을 사는 것은 상상도 하기 싫었다.

 나는 마치 번지점프를 하는 마음으로 운명이라는 끈에 나를 맡기고 떠났다.


손미나(<스페인,너는자유다>저자)

책에서 그녀는 종종 자신을 '동양에서 온 여자아이'라 일컫는다. 규정된 복장, 규정된 언어에 갇혀 있을 것 같은 '공영방송의 30대 여자 아나운서'의 가슴속엔, 먼 스페인, 작렬하는 태양을 그리는 꼬마아이가 숨쉬고 있다.

육중한 시스템 속에서 스스로 자유를 빚어내는 그녀.

이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자아이의 얘기를 듣다보면, 나도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이적(가수)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그녀가 문득 스페인으로 떠난다 했을 때,

또 다른 곳을 향해 도전한다 했을 때, 그 도전이 헛되지 않으리라 믿었다.

그 믿음은 1년 만에 선배를 봤을 때 '역시 손미나다'라는 감탄사로 증명되었다.
노현정(KBS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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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 너는 자유다 by 손미나 (no.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