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다산초당(다산북스), 2005. 4
어두운 이 거릴 걸으며
난 너와 함께했던 날을 생각해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내게 사랑한다던
눈부시게 맑은 너의 눈빛도
내게 기대 잠든 너의 숨결도 눈 감으면
어느 새 난 너의 얼굴 떠올라
아픈 그리움에 젖어 드는데
흰 눈이 내려와 가슴을 적시던
그 어느 겨울도 이렇지 않았어
나만 슬픈지 너는 왜 없는지
홀로 설수 없었나~ 널 사랑해
널 잊으려 했어 숨막힐 만큼
꿈이라면 제발 나를 깨워줘 시간이 더 지난 후
넌 이런 날 기억할까
아픈 그리움이 젖어드는 데
흰 눈이 내려와 가슴을 적시던
그 어느 겨울도 이렇지 않았어
왜 나만 슬픈지 너는 왜 없는지
홀로 설수 없었나~ 널 사랑해
출처 : 4050 우리들의 이야기
글쓴이 : 파랑도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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