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스크랩] * 두레반 / 오탁번

한아름 (40대공주~~) 2017. 12. 13. 11:27





    * 두레반 / 오탁번

    잣눈이 내린 겨울 아침, 쌀을 안치려고 부엌에 들어간 어머니는 불을 지피기 전에 꼭
    부지깽이로 아궁이 이맛돌을 톡톡 때린다 그러면 다스운 아궁이 속에서 단잠을 잔 생쥐들이
    쪼르르 달려 나와 살강 위로 달아난다 배고픈 까치들이 감나무 가지에 앉아 까치밥을 쪼아
    먹는다 이빠진 종지들이 달그락대는 살강에서는 생쥐들이 주걱에 붙은 밥풀을 냠냠 먹는다
    햅좁쌀 같은 햇살이 오종종히 비치는 조붓한 우리 집 아침 두레반





        * 시는 저녁연기 같은 것이다 / 오탁번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마을, 초가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저녁연기가 바로 시다.
        해가 지는 것도 모른 채 들에서 뛰어놀다가
        터무니 없이 기다랗게 쓰러져 있는
        내 그림자에 놀라 고개를 들면 보이던
        어머니의 손짓 같은 연기.

        하늘로 멀리멀리 올라가지 않고
        대추나무 높이까지만 피어오르다가
        저녁때도 모르는 나를 찾아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논두럭 밭두럭을 넘어와서
        어머니의 근심을 전해주던 저녁연기.

        이게 바로 시다.
        저녁밥을 먹으려고 두레반 앞에 앉으면
        솔가지 타는 내가 배어 있는 어머니의 흰 소매에서는
        아련한 저녁연기가 이냥 피어 오른다.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雲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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