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여름일기

한아름 (40대공주~~) 2019. 7. 26. 11:15


여름 일기
 이효녕

창문을 열면
채 익지도 못한
땡감이 떨어지는 소리가
감나무 밑에서 난다
누굴 주려고 벌써 떨어지는가

내 몸은
지금 땡감에서 옮겨온
떫은 언어뿐이다

지난 비 오는 여름에도
떨어질 데까지 떨어진
결정체를 얻으려
서서 작별을 하는 나의 발은
기우뚱, 기우뚱
소멸을 딛고 땡감을 주워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고요는
땡감을 씻으려
위의 빗방울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