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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세월 / 도종환

한아름 (40대공주~~) 2019. 1. 27. 11:12

 

 

 

 

 

 

 

    세 월  ...도 종환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 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여백 ... 도종환

 

 

 

 언덕위에 줄지어 선 나무들이 아름다운 건 
나무 뒤에서 말없이 나무들을 받아
안고 있는 여백 때문이다 

나뭇가지들이 살아온 길과
세세한 잔가지 하나 하나 흔들림까지
다 보여주는 넉넉한 허공 때문이다 

빽빽한 숲에서는 보이지 않는 
나뭇가지들끼리의 균형 
가장 자연스럽게 뻗어 있는 생명의 손가락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있는 빈 하늘 때문이다 

여백이 없는 풍경은 아름답지 않다 
비어 있는 곳이 없는 사람은 아름답지 않다 
여벽을 가장 든든한 배경으로
삼을 줄 모르는 사람은...

 

 

 

 

 

 

 

 

 

 

 

 

 

 

 

  To Dori / Stamatis Spanoudak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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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기독여성하나회
글쓴이 : 예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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