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 / 이권
한밤중에 오래된 집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오랜 시간 집을 지키느라 허리가
삐끗했거나 심심해서 말동무나
하려고 집주인을 부르고 있는 것
동구 밖 미루나무에 까치 한 마리 앉아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혼잣말을 하고 있다
저물녘 산길 걷는데 싸리나무가 내 팔을 툭 친다
싸리나무가 외로워서 말을 걸어오고 있는 것이다
말이 많아도 외로운 사람이지만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는 사람 정말 외로운 사람이다
*이권 시집[아버지의 마술]애지.2015. 06.